'하리하우스/살아가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78건

  1. 2011/03/15 열사흘 째 이야기 -오고 가는 사람들
  2. 2011/03/11 우리 동네 도서관--강북 정보 도서관
  3. 2010/11/30 피아노 콩쿠르를 다녀와서 (1)

지난 여름방학을 같이 보낸 후 진슬이는 내 맘에 더 쏙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나은이 동생이 진슬이였는데, 이젠 그냥 진슬이가  되었습니다. 아이들도 진슬이가 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의견이 다를 때 거의 동생들에게 맞춰주고, 그렇게 양보하는 것이 힘든 것 같지 않고 느긋해 보이는 진슬이.

아침부터 언제 오려나 기다린 진슬이가 점심때가 지나서 도착했습니다. 진슬이 이모할머니께서 송편과 수정과를  만들어 보내주셨습니다. 송편이 얼어 있을 땐 연한 노랑색이었는데 찌니 연한 녹색이 되었습니다. 서울식으로 갸름하게 만들어 주신 송편을 쪄서 아이들은 조청을 찍어먹었습니다. 계피향 진한 달콤한 수정과와 함께라 더욱 맛있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진슬이 누나는 지윤이와 짝이 되어 그림을 그리고 놀고, 진하는 어두워진 데크에서 진슬이와 지승이를 따라다니며 놉니다. 하룻밤 묵어가면 좋을 것을 나은이와 진하는 엄마를 따라 서울로 갔습니다. 진슬이는 진하를 못살게 구는 ‘깜씨’를 잡아야하는 임무를 띠고 하리에 남았습니다. 아마도 망태할아버지 역학을 진슬이 집에선 ‘깜씨’가 하나 봅니다. 진슬이 하리에 있는 동안 진하한테서 ‘깜씨’를 잡아서 빨리 오라는 독촉 전화를 몇 번 받았습니다. 다행히 ‘깜씨’는 잡아서 하리에서 처치하고 가는 걸로 얘기가 잘 되었습니다.

진슬 지윤 지승, 셋이 모이자 블루마블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을까 싶은데 아이들은 모이면 블루마블을 합니다. 가짜 돈에 가짜 빌딩에 가짜 여행인데 아이들은 제 몫을 챙기느라  목소리를 높여 싸우기도 하면서 블루마블을 합니다. 경제에 관한 관심이 유난히 많은 진슬이는 무엇을 해도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를 꺼냅니다. 한번은 끝말잇기 게임을 하는데 ‘주’자가 나오자 바로 ‘주식’이라고 하는 걸 보고 확실히 경제관념이 뛰어남을 알았습니다. 엄마 아빠는 ‘돈, 돈’ 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진슬인 돈의 흐름에 민감합니다. 그걸 보면 타고난다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찬 지윤이가 해리포터를 읽을 때라 마법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진슬인  마법 같은 것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재미가 없다는 겁니다. 아이들 셋을 나란히 뉘여 놓고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읽어주었습니다. 돌아가며 소리내어 읽게도 시켰는데 진슬이를 읽으라 시켜놓고 내가 잠이 들었습니다. 다음날 물어보니 한 참 읽다 보니 이모랑 지승이랑 다 자고 있더라는 겁니다. 어쨌든 설정은 마법의 세계지만 거기서 일어나는 일들은 현실 세계에서 있을 수도 있는 사람들 사이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읽어보라고 권하였더니 하리에 있는 동안 잘 읽다가 갔습니다.

진슬이가 스스로 더 재미있게 읽고 간 책은 <몽실언니>입니다. 자라고 해도 조금만 더 읽으면 끝이라고 늦은 시간까지 읽었습니다. 평소 책을 잘 안 읽는다고 걱정하던 진슬 맘의 걱정이 괜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자신의 정서에 맞으면 추위도 이기고 밤잠도 이기고 책을 볼 줄 아는 아이가 진슬이입니다.  진슬이가 조금 더 커서 해리포터를 둘러 싼 세계의 갈등이 현실에 있는 것을 모방한 것임을 이해한다면 아마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한자리에서 읽어 치울지도 모릅니다.

만난 첫날이라 마냥 놀라는 것을, 몸이 힘들면 내일 재미있게 못 논다고 타일러 재웠습니다. 진슬이가 읽어주는 해리포터를 들으며 잠 든 열 사흘째의 아늑한 밤이었습니다.

 

공주능이 있던 산. 사유지였을 때 드림랜드라는 놀이 공원이 있던 산.  서울 시에서 매입하여 북서울 꿈의 숲 이라는 이름의 공원으로 태어난 산. 우리 동네 산입니다.  성북구 장위동에서  길을 하나 건너 북서울 꿈의 숲 정문을 통과하여  후문까지 관통하여 걷고 나면 강북구 정보도서관을 만날 수 있습니다. 물론 꿈의 숲 후문에서 도서관까지 한 3분 정도 걸어야 하는 길이지만 옛날  사유지였던 드림랜드를 통과할 수 없어 공주능 산을 빙 돌아 다녀야 할 때 비하면 도서관 오는 여건이 참 좋아진 편입니다. 도서관 뒷쪽은 바로 산과 연결돼있어 책읽고 산책하기 참 좋은 곳입니다. 이 도서관엔 계단을 걸어서 다니는 사람이 유독 많습니다. 바로, 계단을 오르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게 붙여져 있는 좋은 글귀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정성껏 써서 집 여기저기에 붙여놔야겠습니다. 책을 좋아 하는 우리 아이들에겐 자긍심이 될 것이고, 격려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하나 계단을 걷는 것의 신체적 의미를 부각시켜주는 말들도 써 있습니다. 이만큼 운동 했으니 믹스커피 한 잔 마셔도 돼 하는 안도감을 주는 글귀들 입니다. ^^  도서관 계단을 4층까지 걸어 오른 뒤 휴게실서 커피 한 잔 먹는 맛, 끝내 줍니다.~~~


책을 읽음에 있어 어찌 장소를 가릴 것이랴. 

--퇴계 이황

날마다 반시간씩이라도 무엇인가 사색하고 독서하라

--로맹롤랑

사람은 음식물로 체력을 발육케 하고 독서로 정신력을 배양한다.

--쇼팬하우어

잭은 한 권 한 권이 하나의 세계이다.

--윌리엄 워즈워스

책은 꿈꾸는 것을 가르쳐주는 진짜 선생이다.

--가스통 바슐라르

독서의 참다운 기쁨은 몇 차례고 그것을 다시 읽는 것이다.

--로렌스

독서를 하면 옛 사람과 벗이 된다.

--맹자

가장 싼 값으로 가장 오랫동안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것, 바로 책이다.

--몽테뉴

독서란 사람이 밥을 먹고 운동을 하는 것과 똑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헨리 밀러



계단을 오르면 관절을 유지하는 인대와 근육을 단단하게 만듭니다.

계단 오르기는 빠르게 걷기보다 약 2-3배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시킵니다.

계단을 오르면 허리와 무릎 엉덩이 관절도 튼튼해집니다.

계단 오르기는 달리기나 자전거보다 더 많은 근육들을 강화시킵니다.

계단 오르기는 심폐지구력을 강화시킵니다.

계단을 오르면 지방을 없애며 인대와 근육을 강화시킵니다.

계단을 5분정도 오르면 수영의 운동량과 맞먹는 40Kcal의 열량을 소비할 수 있습니다.


나그네님께

보내주신 초콜릿 온 가족이 나눠먹고 힘 내서 피아노 잘 치고 왔습니다.
콩쿠르 결과가 어제 오후 나왔는데요, 지윤인 아까운 우수상, 지승인 다행인 우수상입니다.  지윤인 중간에 한 번 틀렸다 하구요 지승인 중간에 일부를 아예 건너 뛰고 쳤답니다.  대회전에 선생님이 가장 강조한 내용이 틀려도 당황하지 말고 다음 걸 계속 쳐라 였는데, 충실히 따른 편이지요^^

둘 다 대회는 처음이라 얼마나 긴장들을 했는지, 피아노를 치고 나왔는데 둘 다 얼굴이 발갛게 달았더라구요. 지승이는 속이 상해서 살짝 또 눈물이 났구요, 지윤인 아쉬워하긴 하는데, 다음에 한 번 더 나가면 안떨리고 잘 할 수 있겠다고 한 번 더 해보겠다고  하더라구요. 지승이도 다시 도전해 볼 마음이 있냐고 했더니 다시 해 볼 마음 있다고 하네요. 대회가 끝나면 다시는 안한다는 아이와 다시 하겠다는 아이가 있는데 둘 다 다시 해보겠다고 하니 피아노가 지겹지는 않은가 보다 하여 그 점이 기쁩니다.

이번엔 준비기간이 짧은데 비해 아이들이 집중해서 외우고 연습하는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선생님이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리고 평소에 하리에 피아노가 한 대 있으면 좋겠다 싶었는데, 지승이도 그 생각이 든답니다. 하리에 가면 연습을 못하니까요. 그러면서 피아노가 얼마나 하냐고 묻더라구요. 몇 만원 이상 넘어 가는 건 실감할 수도 없으면서  묻기에 그냥 비싸다고 했지요. 

하리 데크에 서면 영화 '피아노'가 생각납니다. 아마 지금 보면 스무살 시절에 본 것 보다 많은 부분을 이해할 수 있겠지요. 바닷가에 피아노를 내려놓고 치던 장면. 다른 건 기억이 안나는 데 그 장면은 영화의 대명사처럼 떠오르네요. 텔레비전 광고에도 야외에 피아노를 놓고 치는 장면이 연출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하리 데크에 서면 특히 하늘이 말할 수 없이 파란 날은,  데크에서 피아노를 치면 너무나 멋지겠단 생각을 합니다.  바래가는 나무 데크위에 윤나는 까만 피아노.  여긴 그랜드 피아노가 어울리겠죠?  파란 하늘과 피아노 소리.  이런 상상을 하는 것 만으로도 멋진 음악을 듣는 것 만큼이나 행복합니다.  그런데 그 피아노를 누가 치는가가 문제인데, 만약 정말로 그럴 기회가 된다면 지윤 지승의 피아노 선생님께 연주의 영광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지윤 지승도 자연과 하나되는 음악을 연주하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구요.  친구 딸내미가 바이올린을 한다니 협연도 좋겠네요. 상상 속의 음악회가 이 순간 희열을 느끼게 합니다. 이만하면 제 삶도 꽤나 화려하고 사치스런 삶이네요.

처음 아이들 피아노 선생님을 만났을 때 한 말이 '선생님, 저는 피아노를 몰라요. 제가 어렸을 때는 피아노는 동경의 대상이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목적은 그저 자기가 치고 싶은 곡이 있으면 연습해서 연주할 수 있을 정도가 되면 하는 것이구요. 인생을 풍요롭게 하는 데 피아노가 도움이 되면 좋겠어요.' 였습니다. 지윤 지승이 피아노를 대하는 걸 보면 그 정도 기대는 충족되고 있는 듯 하여 기쁩니다.
그런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더니 대회 이후 지윤 지승이 피아노 대회하는 놀이를 하고 놉니다. 사회도 보고 둘이 점수도 멕이고 상도 주고 합니다.  저한테 '땡!' 하고 종치는 임무를 맡기니 귀찮은 일 하나 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의 경험이 이렇게 다르구나 하게 됩니다. 맹자의 어머니가 세 번 이사한 까닭에 고개가 끄덕여 지는 대목입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과 더불어 성장하는 하리하우스의 작은학교이야기가 이 아침 힘이 되어 나에게로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