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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08 가을에 기리며 (1)

눈물콧물


눈물을 삼키면

콧물이 나요.

아침밥을 먹다

문득 떠오른 당신 생각을 삼키다

'흐응~' 하고 코를 풀었어요.

눈물을 흘려도

콧물이 나요.

아침 먹은 설거지 하려고

꾸역꾸역 수돗물 틀어놓다가

'흥~ 흐응!' 하고 코를 풀었어요.

눈물콧물 만나는 인연처럼

나와 당신 만난 인연인데

당신 떠나보내고

나만 혼자

눈물콧물 찍어내고 있어요.

             2010 10 5 이 가을 아침에.




11월 23일에 갈 사람이


10월 23일엔 실없는 농담 툭툭 던지며 살았겠지.

실없다는 눈흘김 받으며 속절없는 세월을 살았었지.

11월 23일에 갈 사람이

10월 23일엔 악착같이 코앞을 응시하며 살았었지.

나 아니면 안 되는 것들을 헤아리며

악착같이 하루를 살아냈겠지.

11월 23일 저녁에 갈 사람이

11월 23일 아침 잠을 깨었었지.

오늘은 왠지 기분이 상쾌해 하며

의심 없이 가을 햇살을 바라보았었지.

11월 23일 저녁에 갈 사람이

11월 23일 온종일 모르고 살았었지.

내일 아침에도 깨어 일어나

아까운 사람들 얼굴 하루 더 볼 줄 알았겠지.

하루 더 볼 줄 알고 허투루 보냈겠지.

이마며 눈이며 코며 입술이며 목소리까지

찬찬히 안 보고

찬찬히 안 듣고

찬찬히 안 쓰다듬고

허투루 보냈겠지.

11월 23일 저녁에 갈 사람이

가는 저녁 그 순간까지 몰아 쉬었었지,

목숨을.

이 세상 목숨을 마지막 놓을 때까지

꿈꾸었겠지.

다음 숨도 쉬어 보리라.

남겨져 애달파 할 모든 인연을 위하여

다음 숨도 쉬어보리라

노력했겠지.

11월 23일 저녁

가시는 그 순간까지.

           2010 10 5 기리며




겨울 산에서


졸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

너른 잎, 좁은 잎 모다 떨어져...

썩지도 않고...

썩지도 못한 것들이...

볼썽사납게...

쌓여있다...


먼저 간 이여.

먼저 떠나 누운 이여.

먼저 들어가 백골이 되어 나타난 이여.

육신을 역모한 앙큼한 반란

지풍화수(地風火水)로 흩어져 돌아간 이여.


거기까지만, 거기까지만 보냈나니

그리움은 앞발치에 간간이 걷게 하고

애달픔은 뒷발치에 천천히 걷게 하며

겨울 산을 오르느니

나뭇잎 위로 인생이 불어간다.

       2010. 12. 7

        생각은

             자연과 한 톱니에 물려 돌아간다.

                 인생도 자연인 것을.

                           자연스런 인생인 것을.




믹스커피

나의 외로움은 싸구려야.

눈물 날 만큼 싸구려야.

한 봉에 백원쯤하는 믹스커피 한 잔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살짝 잊혀지는

싸구려 외로움이야.

나의 노동도 싸구려야.

웃음 날 만큼 싸구려야.

어깨 녹아 내리게 빠지는 듯 하다가도

한 봉에 백원하는 믹스커피 한 잔이면

한 몇 분 쯤 잊혀지는

싸구려 노동력이야.

톡! 쏴르르르

뽀그르르 꼴꼴꼴꼴

싸구려로 외로움도 녹여내고

싸구려로 노동을 위로하는

믹스커피 들고 있는 인생들에 끼여

가을 오전이 깊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