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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9/05 <아빠 보내기>와 <똥 싼 할머니> -

<아빠 보내기>와 <똥 싼 할머니>

 아이들에게 ‘죽음’이란 문제는 난해하고도 반면 가벼운 주제다. 죽음은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 주던 시절부터 익숙하게 들어 본 이야기기도 하다.  그러나 책을 통해 겪어본 죽음은 실제의 상황과는 너무 다르다. 그래서 아이들은 조부모나 부모의 죽음처럼 현실로 닥친 죽음의 상황에서 담담하게 아니 냉담하게까지 보이는 행동을 한다.

 죽음에 관한 인식이 그 정도인 아이들이 아빠를 떠나보내는 이야기가 박미라의 <아빠 보내기>다. 더 정확히는 아빠를 떠나보내지 못하는 엄마를 도와주는 과정을 통해 슬픔을 이겨내고 현실 생활로 복귀하는 방법을 익히는 이야기다.

 엄마와 딸 사이에 등장하는 아래층 할머니는 인생과 자연과 인륜을 조화롭게 엮어주는 도우미로서 이 이야기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할머니 또한 노년의 외로움을 이 이웃과 동행을 통해 슬기롭게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아빠의 죽음에 대해 서투른 표정을 짓는 자신에 대한 힐책의 내용이 주인공 민서의 일기와 독백을 통해 드러난다.

 ‘야, 장민서. 너 진짜 나빠. 어떻게 아빠를 잊을 수 있니.’
 ‘아빠가 돌아가신 지 두 달도 안 되어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친구들이랑 낄낄거리며 놀다니...’

 아이가 이렇게 아빠의 떠남을 훌쩍 스쳐가려 하는 것을 엄마가 붙든다. 남편을 떠나보낸 엄마가 느낀 상실의 고통. 죽은 자에 대한 연민과 남은 자의 고독으로 괴로워하는 엄마를 현실로 이끄는 과정을 통해 아이는 아빠를 떠나는 일이 무엇인지 겪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가 실의에 빠진 엄마를 혼자 생기 있는 현실로 끌어내긴 벅차다. 그래서 아래층 할머니가 등장하고, 그 할머니는 삶과 죽음의 문제를 텃밭을 일구는 일을 통해 극복하게 도와준다. 텃밭을 일구는 것, 즉 자연이 주는 위안과 치유의 힘을 깨친 연장자로서 할머니는 이웃을 기꺼이 돕는 역할을 한다. 또 이 시대 부모와 자식간의 갈등을 연륜과 이해로 풀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나도 처음엔 아들이 세상에서 단 줄 알고 하루하루 들어올 날만 기다렸는데 지금은 안 그렇단다. 내가 자꾸 그렇게 생각하니까 아들도 힘들고 나도 힘들어.’
 이런 고민의 과정을 거친 할머니이기에 교수가 되어 한국에 돌아오는 아들네로 가지 않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아들과 함께 살지 않고 내년에도 후년에도 우리와 함께 여기서 살 거라고 했다. 사는 건 다 각자의 몫이 있는 거고 그걸 인정해 주는 게 더 큰 사랑이라고 ...’
 
인생의 어떤 면이든 사물의 어떤 부분이든  대부분 양면성을 갖고있다. 손바닥도 앞뒤가 있고 동전도 앞뒤가 있고. 또 노년의 삶의 모습에도 양면이 있다.

 <아빠 보내기>에 등장하는 할머니처럼 아들의 인생과 자신의 인생을 차분히 관조하는 사람과 <똥 싼 할머니>에 나오는 할머니처럼 아들과 자신에 맹목적인 사람. 아들의 삶을 놓아주는 사람과 아들을 붙들고 집착하는 사람. 전자는 문제의 해결사 역할을 하고 후자는 문제의 원인제공자 역할을 한다.

 그런데 동화 속에서만 후자의 경우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고 현실에서 후자와 같은 경우를 만났을 때 더 큰 문제가 된다. 현실은 가공의 세계보다 가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똥 싼 할머니를 관심 있게 보고 다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 사물의 양면성은 어디에나 있고 우리 주변 인물이 또는 바로 자신의 운명이 어느 쪽으로 뒤집힐지를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똥 싼 할머니>는 우리 모두의 문제인 것이다.

 ‘노인 복지과 실버 주간 보호소’

 결국 새샘이네 할머니의 치매 문제는 ‘어른들을 위한 놀이방’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그 해결책을 찾기까지 가족들 가슴에 든 멍 자욱이 빨리 없어지기를 책장을 덮으며 기원했다.

 어느 누구에게든 죽음의 문턱에 닿기 전까지 인격체로 존중받으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어느 누구든 자신의 자유를 다른 사람에 의해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 양쪽 모두의 참다운 권리와 존엄성을 이야기 하는 <똥 싼 할머니>의 진지한 고민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해 보고 싶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단편집 <나무>에 노령화사회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토론 대상이 고학년인 경우 함께 읽고 토론해도 좋겠다. 전래동화 <노인을 버리는 지게>도 비교 토론 할 수 있겠고 세계 각 나라에 ‘고려장’과 같은 풍습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상상력은 현실을 왜곡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현실을 바탕으로 동화(소설)이 됨을 자연스레 깨닫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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