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날의 사랑
-나 죽으까봐 그른지
자리에 가마이 둔눠 있으믄 암 말두 안하구
밖에 나가 댕기기만 하믄
인상을 쓰고 뭐라 하잖애.
칠십 넘은 어머니는
사십 먹은 딸에게
칠십 넘은 아버지를
일러바칩니다.
-힘든 일 하지 말란 얘기지요.
운동 삼아 살살 걸어 댕기기만 하세요.
사십 먹도록 받아온 어머니 사랑을
이렇게 밖에 되돌릴 수 없어
얼른 둘러 칩니다.
-아빠가 엄마를 많이 사랑해서 그렇지요.
엄만 아빠가 많이 사랑해서 좋겠네요.
칠십 넘은 어머니를
사십 먹은 딸이 놀려먹고
서글프게 웃습니다.
옛날
한 삼십년도 전인 시절에
한 마흔 넘은 아비 무릎에
한 여남은 살 된 계집아이 앉아
얼레리 꼴레리 하며
제 엉덩이 붙이고 앉은 아버지를 놀렸었지요.
-아빤 엄마한테 꼼짝도 못한데에~요.
아빤 엄마한테 맨날 진데에~요.
아버지는 책상다리 중간에 폭 들어앉은
버릇없는 딸이 어여뻐
오르은쪽 왼쪽, 오르은쪽 왼쪽
양다리로 일렁일렁
온몸으로 일렁일렁
얼러 주셨드랬지요.
그때,
엄마 아빠 눈길도 덩달아 일렁이고
벽에 비친 커다란 그림자도 같이 일렁였겠지요.
한가하고 따뜻한 겨울밤에 말이예요.
그로부터 강산이 한 세 번 쯤 변하고
마흔 근처였던 아버지는
일흔 넘은 할아버지가 되고
마흔 근처였던 어머니는
일흔 넘은 할머니가 된 지금.
아버지는
추석 지난 가을 산으로 허위허위 나섭니다.
초여름 하얗게 밤꽃 피었던 자리 찾아가
떨어진 밤을 줍습니다.
성한 것도 벌래 구멍 있는 것도
알뜰하게 줍습니다.
아버지는
다래끼 가득 차게 산밤을 주워
봉당에 선 어머니 앞에 쏟아 놓습니다.
아무 말 없이 쏟아 놓지만
어머니는 그 맘을 알지요.
반짝반짝 윤이 나는 토종 알밤처럼
빛나는 아버지의 사랑을,
가을날의 사랑을......
2007년 10월 9일
언제나 변함없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을 기리며
막내딸이 엮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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