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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12/06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1- 눈

 


내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내 영혼이 내 육신을 놓아주는

그 찰나에

나 당신을 보고 싶네.

잔가지 많은 인연을 걷어

잔뿌리에 묻은 고운 흙까지 살갑게 털어주고

아름다운 꽃밭을 떠나는 매듭을

나 당신의 얼굴 보며 묶으면 좋겠네.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과,

고독과 환희를 한 가슴에 안고 살았던 시절과,

외롭고 고달프던 육신을 수습하여

따스한 이부자락 밑에 두고,

숨결 따라 천천히 더듬어 올라간 그곳에

당신의 두 눈이 있으면 좋겠네.

여한 없이 바라보는 눈빛이면 좋겠네.

마지막일 줄 모르는 마지막 호흡의 안간힘으로

당신을 떼밀어 이승에다 두고

떠나는 그 찰나까지

나 당신을 소망처럼 품고 살겠네.

 


2007.10.24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2- 외유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한 때 다른 이를 흠모하였어요.

키도 크고 얼굴도 잘나고

인간성도 좋다는데 돈도 잘 버는

그런 이를 한 때 흠모 하였어요.

그는 비록 나를 알지 못하였지만요.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한 때 다른 이를 연모 하였어요.

키도 작고 얼굴도 못나고

인간성은 모르겠고 가진 것도 없는

그런 이를 한 때 연모 하였어요.

그는 비록 나를 느끼지 못하였지만요.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한 때 다른 이를 사모하였어요.

키도 중치고 얼굴도 평범하고

인간성도 무던하고 그럭저럭 돈도 버는

그런 이를 한 때 사모하였어요.

그는 비록 나를 안지 못하였지만요.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잠시 내 마음 다녀 올 데가 있어요.

그냥

뚜렷한 특색도 없는 산길에 핀

들국화 꺾어 든 사람이 있어


그 곁에 잠시 서성이다 올게요.

나 비록 당신 곁에 다시 돌아올지라도.

 


2007.10. 24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3- 그럴 때

 


왜 그럴 때 있잖아요.

가을 햇살이 너무 눈부셔

먹먹해질 때 있잖아요.

당신도 그럴 때 있죠?

 


왜 그럴 때도 있잖아요.

노을도 없이 건듯 해가 져서

막막해질 때 있잖아요.

당신도 그럴 때 있죠?

 


한 번은 그런 적도 있어요.

플라타너스 잎이 손바닥 크기로 자랐는 데

바람이 부니까 막 나부끼는 거예요.

인생은 찬연한 거라면서요.

울컥 해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어요.

당신도 그럴 때 있었어요?

 


한번은 잠에서 깨어났는데

당신 모습이 너무 낯설어

늑골까지 와르르 무너지는 거예요.

할 수 있나요. 돌아누워 꾸었지요, 동상이몽을.

당신도 그럴 때 있었지요?

끙! 하고 돌아누워 다른 꿈을 청할 때.

 


당신도 문득 그럴 때가 있고

나도 문득 그럴 때가 있고.

한 가닥 새끼줄을 꼬기 위해

두 가지 인생을 엮어 가네요.

당신도

나도

그럴 때가 있는 거죠.

 


2007. 10.24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4- 무소유

 


큰 산에 있는

큰 나무 한 그루.

큰 나무가 좋아

큰 산을 사랑하게 되었네.

큰 산도 내 것이 아니고

큰 나무도 내 것이 아닐지라도

큰 산도

큰 나무도 내 것처럼 사랑하는 법을

큰 산에 있는

큰 나무가 알게 해 주었네.

큰 산에 있는

큰 나무 한그루 사랑하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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