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1- 눈
내 생명의 마지막 순간에
내 영혼이 내 육신을 놓아주는
그 찰나에
나 당신을 보고 싶네.
잔가지 많은 인연을 걷어
잔뿌리에 묻은 고운 흙까지 살갑게 털어주고
아름다운 꽃밭을 떠나는 매듭을
나 당신의 얼굴 보며 묶으면 좋겠네.
아름다웠던 유년의 기억과,
고독과 환희를 한 가슴에 안고 살았던 시절과,
외롭고 고달프던 육신을 수습하여
따스한 이부자락 밑에 두고,
숨결 따라 천천히 더듬어 올라간 그곳에
당신의 두 눈이 있으면 좋겠네.
여한 없이 바라보는 눈빛이면 좋겠네.
마지막일 줄 모르는 마지막 호흡의 안간힘으로
당신을 떼밀어 이승에다 두고
떠나는 그 찰나까지
나 당신을 소망처럼 품고 살겠네.
2007.10.24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2- 외유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한 때 다른 이를 흠모하였어요.
키도 크고 얼굴도 잘나고
인간성도 좋다는데 돈도 잘 버는
그런 이를 한 때 흠모 하였어요.
그는 비록 나를 알지 못하였지만요.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한 때 다른 이를 연모 하였어요.
키도 작고 얼굴도 못나고
인간성은 모르겠고 가진 것도 없는
그런 이를 한 때 연모 하였어요.
그는 비록 나를 느끼지 못하였지만요.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한 때 다른 이를 사모하였어요.
키도 중치고 얼굴도 평범하고
인간성도 무던하고 그럭저럭 돈도 버는
그런 이를 한 때 사모하였어요.
그는 비록 나를 안지 못하였지만요.
나 지금 당신 곁에 있지만
잠시 내 마음 다녀 올 데가 있어요.
그냥
뚜렷한 특색도 없는 산길에 핀
들국화 꺾어 든 사람이 있어
그 곁에 잠시 서성이다 올게요.
나 비록 당신 곁에 다시 돌아올지라도.
2007.10. 24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3- 그럴 때
왜 그럴 때 있잖아요.
가을 햇살이 너무 눈부셔
먹먹해질 때 있잖아요.
당신도 그럴 때 있죠?
왜 그럴 때도 있잖아요.
노을도 없이 건듯 해가 져서
막막해질 때 있잖아요.
당신도 그럴 때 있죠?
한 번은 그런 적도 있어요.
플라타너스 잎이 손바닥 크기로 자랐는 데
바람이 부니까 막 나부끼는 거예요.
인생은 찬연한 거라면서요.
울컥 해서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 했어요.
당신도 그럴 때 있었어요?
한번은 잠에서 깨어났는데
당신 모습이 너무 낯설어
늑골까지 와르르 무너지는 거예요.
할 수 있나요. 돌아누워 꾸었지요, 동상이몽을.
당신도 그럴 때 있었지요?
끙! 하고 돌아누워 다른 꿈을 청할 때.
당신도 문득 그럴 때가 있고
나도 문득 그럴 때가 있고.
한 가닥 새끼줄을 꼬기 위해
두 가지 인생을 엮어 가네요.
당신도
나도
그럴 때가 있는 거죠.
2007. 10.24
나이 든 사람들의 사랑 4- 무소유
큰 산에 있는
큰 나무 한 그루.
큰 나무가 좋아
큰 산을 사랑하게 되었네.
큰 산도 내 것이 아니고
큰 나무도 내 것이 아닐지라도
큰 산도
큰 나무도 내 것처럼 사랑하는 법을
큰 산에 있는
큰 나무가 알게 해 주었네.
큰 산에 있는
큰 나무 한그루 사랑하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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