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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것에 관한 이야기> - 도깨비 팬티이즘

도깨비 팬티는 튼튼하고 질겨서 4천년 동안 쓸 수 있다. 3천년 동안은 팬티로 나머지 천년 동안은 걸레로 쓰는 거다. 우리 아이들 옷도 도깨비 팬티만큼 질기게 입고 있다. 물려 입고 입다가 흰색이 누렇게 되면 천연염색해서 다시 입고 그래도 작아지면 친척 동생 물려주고, 물려주기 어려운 옷은 잘라서 형겊으로 재사용한다. 무엇이든 뚝딱뚝딱 나오게 하는 도깨비들도 팬티 하나를 4천년 입는데, 도깨비 방망이도 없이 자꾸 소모하기만 하는 인간임에랴. 얼마나 아껴야 할지 알 노릇이다.


빈티즘 우리 아이들

세련되면서 좀 색다르고 약간 촌스런기운을 살짝 풍기면서 예스럽기도 한 인테리어 경항을 빈티즘이라 한다나? 그런데 우리 아이들에게 웬 빈티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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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빈티즘이란 ‘빈(가난한) 티가 줄줄 나는’의 빈티즘이다. 하긴 앞의 것과 예스럽다는 공통점은 있다. 왜냐하면 아이들 옷에도 유행이 있는 데 늘 물려 입는 옷이다 보니 유행에 뒤쳐지고 예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입는 옷이 가장 좋은 옷이라고 누누이 강조 해온 바 아직까진 우리 아이들이 물려 입는 옷 싫다는 투정을 부릴 줄 모르니 에미 마음에 다행이다 싶다가도 정말 예쁘게 꾸미고 다니는 아이들을 볼 때면 딸아이에겐 좀 미안한 마음도 든다.

어쩌다 새 옷을 한 벌 사서 입혀 볼라치면  우리 딸 질문이 이랬다.

“엄마, 이건 누가 물려준 거예요?”

어떨 땐 누가 빌려준 거냐고 묻기도 한다. 그러면 빌려준 게 아니고 언니가 커져서 너한테 아주 준 거야라고 설명해 준다.
살다보면 가끔 헛돈이 나갈 때가 있는데, 그럴 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애들 쫄바지도 새 걸로 팍팍 못 사주는데...’

하지만 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물려받고 물려주는 미덕에 익숙해지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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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소 아이들 옷을 입히는 기준은 ‘편안한 옷’이다. 밖에서 화장실 가기 편하고, 놀이터에서 그네뛰기 편하고, 세탁기에 막 빨기 편하고, 너무 화려해 보이지 않는 옷. 다행히 내게 옷을 챙겨주는 사람들도 내 취향과 비슷한지 편안하게 잘 입히고 있다.

그런데 옷을 물려 입으면 좋은 진짜 멋은 아이들과 나에게 생기는 추억에 있다. 우리 아이들 사진을 보면 이 옷은 누가 준 것. 이 옷은 누가 준 것 하고 그 ‘누구’에 해당하는 이름이 마음에 떠오른다. 그래서 생각 난 김에 안부 전화 한 통하고 정 한치 쌓고 한번 웃을 수 있다.

배냇저고리 물려 준 현진이, 새 옷 같은 옷 물려주는 소영이, 몇 년 후에 입을 수 있는 옷도 챙겨주는 나은이와 지승이 옷 물려주는 진슬이와 동용이, 아기적 공주 같은 옷 물려주던 민이. 내 아이들 사진 속에서 함께 떠오르는 이름들이다.

모두 고맙다.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사준 옷 중에서 가장 명품은 바로 17개월에 사서 7살이 된 지금까지 입고 있는 오리털 파카이다.

처음 사선 롱코트로, 그 다음엔 하프코트로, 이제 와서야 딱 맞는 잠바로, 아마 내년엔 조금 작은 잠바로 입을 수 있을 것 같다. 한 겨울에도 장갑 끼우고 파카 입히고 파카에 딸린 모자 씌우면 추울까 하는 걱정 없이 다닐 수 있으니 내 기준에선 제일이다. 올 꽃샘추위까지 다 지나가면 잘 빨았다가 늦둥이 낳은 친구에게 보내 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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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로 많은 것을 판단하는 사회분위기다 보니 혹 내 아이들이 빈티나는 옷차림새 때문에 제 대접을 못 받을까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 옷의 본질적 기능은 신체 보호와 편안한 활동성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아이들이라 기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긴 공주님인 우리 딸을 위한 하늘하늘하고 바닥에 질질 끌리는 드레스를 위해 동대문에서 분홍 레이스 천 사다가 치마에 덧대주는 정도의 성의를 보였으니 딸도 크게 섭섭하지 않으리라 믿어본다.

내 나이 한 예닐곱 되어서였을 때 친척 동생이 입다 보내온 빨간 잠바를 엄마가 버리셨단다. 그랬더니 내가 울며 불며 부엌 아궁이에서 다시 꺼내오더란다. 왜 그랬는지, 내가 정말 그랬었는지 어렴풋하지만 아마 짐작컨대 그때도 아까워서 그랬을 성 싶다. 뭐든지 멀쩡한 걸 그냥 버리는 걸 너무 아까워하는 건 나의 천성인 듯하다.
지금은 물자가 넘쳐나는 시대다. 그렇기 때문에 아끼는 마음이 더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함부로 버리지 않고 겉으로 꾸미는 것만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아이들로 크면 좋겠다.

“얘들아, 호랑이는 무늬가 겉에 있지만 사람의 무늬는 속에 있다는 라다크 속담이 있단다. 우린 옷으로 무늬를 나타내는 사람 말고 마음 속에 멋진 무늬를 새기고 사는 사람들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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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솔농원에서 지승,태헌,태완,지윤
 

장서가 삼대가 지나야 진정한 독서가가 나온다.
사람은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
책은 가을에만 읽는 게 아니라 늘 읽는 것이다.

오늘 아침 일곱 살인 아들이 나에게 와서 꾸짖듯 하는 말

“ 엄마 책쟁이야? ”

나중에 우리 아이들이 해리포터를 읽으면 나도 다시 읽을 거다.
그래야 말이 통할 테니까.
하리 하우스를 계획하게 된 시발점에 우리 가족의 도서관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우리 가족의 도서관을 만들어서 여럿이 쓰리라.


책, 백일 때부터 읽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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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눈에 힘이 생겨 색과 형태를 구분하기 시작할 때부터 책을 읽어 주었다. 그 전에 형님 댁에서 책을 물려받아 갖다 놓은 것이 있었는데,  ‘아직 뭘 ~ .’ 하고 놓아두었던 것을 꺼내 읽어 주기 시작했다. 할아버지께서 한 곳을 응시 할 수 있게 된 손녀딸을 TV 앞에 앉혀놓고 TV를 보여주신 일이 계기가 되어 책을 꺼내게 되었다

. 백일 정도 된  딸을 향해

“지윤아, 여기 책 있어. 이제 부턴 책 봐. 알았지?”

라고 말했다. 그 얘긴 할아버지 할머니께 아이들을 위해 책을 읽어 주시라고 부탁드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아이들에게 책을 잘 읽어 주셨다. 함께 살던 고모와 아빠도 책을 잘 읽어 주셨다. 그 덕에 우리 아이들은 책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히 딸은 책 읽어달라고 하는 정도가 심해서 졸릴 때 읽어달라고 할 때는 아무리 예쁜 딸일지라도 화가 나는 정도이다. 덕분에 딸은 언어 구사 능력이 좋고 자기 입장을 논리적으로 따져서 얘기를 잘 한다. 물론 개인차가 있어서 아들은 딸 만큼 책에 매달리진 않지만 아직까지 책을 안 봐서 걱정한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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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이 처음 본 책은 주로 의성어 의태어와 사물의 이름이 나온 책들이었다. 두껍고 코팅이 되어있는 책이라 입에 물고 빨아도 찢어지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모두 물려받은 책이라 발행된 지 10년이 넘은 것들이었는데 내용은 어떤 책보다 좋았다.

그 후 아빠가 처음으로 사 준 책이 <달님 안녕> 과 <사과가 쿵!>이다. 그 두 책은 표지는 단단하지만 속지는 앏아서 여러 번 투명테이르로 붙이고는 하였다. 그래도 책을 찢었다고 야단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땐 일부러 찢은 게 아니었으니까.

다음으로 분유와 함께 미피와 보리스가 주인공인 책 4권이 왔다. 책의 크기가 손바닥 크기고 테두리가 곡선으로 되어 있어서 잘 갖고 놀았다. 오늘 그 네 권을 늦둥이 낳은 집에 갖다 주었다. 매번 받기만 하다 동생 준다고 챙겨가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대견하고 즐거웠다.
책 읽기는 습관이다. 그냥 책이 삶의 일부인 것이다. 생명유지를 위해 밥을 먹듯 책을 읽는 것이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책읽는 습관을 몸에 베게 만들어 준 가족들깨 감사드린다.

오늘도 잠자기 전에 <당나귀 실베스터와 요술 조약돌>을 읽었다. 읽으면서 밖에 나갔가가 서로 잊어버리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지 얘기를 나눴다. 그래서 엄마 아빠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꼭 손을 붙들고 다녀야 한다는 말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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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누워서 <꼬마 철학자 우후> 중 아이스크림 100개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부분을 읽었다. 우후가 아이스크림 100개를 상상만 해도 기쁜 것처럼 우리 아이들은 우후의 아이스크림 100개에 대한 이야기를 읽는 것으로 아이스크림에 대한 갈증을 달래는 것 같다. 결국 우후가 아이스크림보다 더 중요한 떨어지지 않는 무엇의 소중함을 알았듯 우리 아이들도 자신이 갖고 있는 것이 소중하다는 걸 깨달았으리라.

요즘 사주고 싶은 책이 있어 값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조카들이 보던 책을 전집 통째로 들고 올 땐 몰랐는데, 막상 내가 사주려고 하니 책값이  비싸다는 생각이 든다.

여태껏 우리 여기저기서 물려받은 것으로 우리 아이들 정신세계가 구축되었다고 생각하니 새삼 고마운 마음이 든다.
우리 아이들이 인류발전에 공헌하는 인물들이 되어 그 고마움에 답하기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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