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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식혜


홍합에 대한 이야기가 과거형의 추억이라면 가자미 식혜 이야기는 미래진행형이다. 지금부터 쭈~욱. 가자미 식혜를 완성할 때 까지 이어질 희망의 이야기다.

오랜만에 친구 둘을 만나 와인 한 잔 마셨다. 집 식구들이 잘 안 먹는 것 먹어 치우는 차원에서 훈제 연여 꺼내고 (그렇게 말해도 안 섭섭한 사이), 그것만 밋밋하여 와인 한 잔씩 따랐다. 연어보다 와인보다 좋은 건 역시 친구. 이런 저런 얘기하다 ‘너 혹시 가자미 식혜 먹어 봤니?’ 물었다. 아니라는 대답이다. 역시 가자미식혜는 흔치 않은 음식임에 틀림없다. 흔치 않은 귀한 음식이기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우리 나라 음식의 매력은 발효에 있다. 각종 김치, 된장을 비롯한 장류, 그리고 가자미 식혜! 요즘 난 가자미 식혜의 매력에 흠뻑 취해있다.

김치가 잘 익은 김치통은 뚜껑이 부풀어 오르는 걸 볼 수 있다. 김치가 숨쉬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가자미를 담아 놓은 통도 뚜껑이 부풀어 오른다. 죽어서도 숨쉬는 가자미!

해물을 소금에 절여 삭히는 젓갈과 달리 가자미는 가자미를 양념에 버무려 발효시킨다. 기장으로 밥을 지어 가자미와 섞어 같이 발효시키는데, 살짝 절여 물기를 짠 무채를 넣고  고춧가루 마늘로 양념하여 먹는다. 기호에 따라 발효시킬 때 엿기름을 쓰기도 한다. 잘 익은 가자미는 뼈까지 몰랑몰랑하게 삭아 뼈째 먹는다. 그래서 가자미 식혜는 칼슘 보급원으로도 좋다.

생선은 회, 탕, 구이, 어포 등 만드는 방법이 다양하다. 거기에 식혜라는 새로운 영역이 하나 추가되었다. 그 영역에 발을 들여놓아 성공(?) 하면 친구들을 부르리라. 불러 안 어울릴 것 같은 화이트 와인 한 잔씩과 가자미 식혜 한 접시의 조화가 어떻게 사람을 흥건한 그리움에 젖게 하는 지 보여주리라.

그리움의 시작은 가자미 식혜. 가자미의 허물도 기장 낱알도 무의 속살도 영역 없이 넘나드는 가자미 식혜의 포용력에 안기리라. 추억의 메모장 하나씩 들고 올 친구들아, 서로의 그리움을 안아 주자꾸나!

후기 -- 작년에 선물 받은 가자미 식혜를 잘 드시기에 올 해는 직접 무 양념을 했다. 기장을 넣어 삭은 가자미가 속초에서 왔고 거기에 내가 무채를 넣고 양념을 했다. 내 입엔 맛있어 죽겠는데 시어머님이 잘 안드신다. 그래서 이유를 여쭤봤더니 작년에 선물 받은 것은 맛있었는데, 올해 건 가자미 냄새가 나서 이상하다 신다. 아하, 알겠다. 어머님은 반찬으로 드셨으니 맛을 정확히 짚으신 거고, 나는 와인 안주로 먹었으니 가자미냄새를 못 느꼈던 것이다. 와인이 가자미 냄새는 없애주고 와인 한 잔에 떠오른 추억의 향취만 전해준 탓이다. 어쩌나, 할 수 없이 이번 가자미 식혜는 와인하고만 먹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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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우리집 귀염둥이 지윤이 솔농원에서 2006

뭐든지 장난감 --살림살이 같이 써요.

아이들이 보행이 자유롭기 시작하고 서람이나 여닫이 문을 열 수 있을 때쯤 가장 관심을 보이는 곳이 바로 부엌 조리대와 개수대 하단 수납장이다. 그 수납장에는 주로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냄비 따위가 주로 들어있는데 아이들은 뭐가 신기하고 좋은지 자꾸 열어보고 물건들을 꺼내곤 한다. 그리고 그렇게 열고 꺼내고 늘어놓는 시간은 주로 엄마가 주방에서 일를 하는 시간이다. 엄만 끊임없이 쏴 쏴 씻고 톡탁톡탁 썰고 냄비 뚜껑을 열었다 닫았다 하는데 아이는 보행기 태워놓고 가만 보고만 있으라면 불공평하지 않은가.

  스테인레스 뚜껑과 숟가락이 부딪히면 어떨 땐 긴 여운을 가지 아름다운 소리가 나기도 한다. 트라이앵글과 비슷한 소리. 그리고 어떤 냄비 뚜껑은 뒤집어 놓고 돌리면 잘 돌아간다. 마치 팽이처럼. 그러니 냄비뚜껑은 훌륭한 장난감이다.

많은 양의 나물을 씻을 때 쓰는 플라스틱 바구니엔 아이가 쏙 들어가 앉아서 놀 수도 있다. 또 작은 양동이에도 두 발을 넣고 들어갈 때가 있다. 아이가 밥상에 하고 달려들어 궁여지책으로 큰 양동이에 넣어 놓기도 했는데 밑면이 좋은 양동이레서 놀다가 앞으로 코방아를 찧은 적도 있다. 그래도 또 들어가고 싶어하니 양동이에 들어가는 자체가 아이들에겐 즐거운 놀이임이 틀림 없다.

지금 막 생각났는데, 노란 플라스틱 바가지가 있었다. 생긴 것이 꼭 안전모처럼 생긴데다 크기도 아이들 머리 크기와 비슷해서 잘 쓰고 놀았었다.

부엌 살림살이를 개방한 탓인지 우리 아이들은 요리하는 놀이를 잘 한다. 요리는 사람이 사는데 꼭 필요한 행위다. 앞으로는 즉석요리가 더 넘쳐나는 시대가 되겠지만, 우리 아이들이 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투자해서 맛있는 요리를 하는 여유있는 삶을 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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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책 <엄마 맘은 그래도 ... 난 이런 게 좋아> -베틀 북-에 냄비 후라이팬 컵 심지어 패달 달린 쓰레기통까지 놓고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우리 아이들에게 집안 가제도구의 거의 모든 것을 갖고 놀 수 있게 허락해 준다. 소꿉놀이도 사 주지 않았다. 그러나 코펠세트와 플라스틱칼, 강판과 수세미까지 진짜 실감나는 조리기구를 구성해주고 있다. 못쓰게 된 믹서기도 당연히 아이들 몫이다. 단 수납장 칼꽂이가 있는 문은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들을 때까지는 못 열도록 묶어놓았었다. 그리고 무거운 냄비는 꺼내다가 발을 찍힐까봐 미리 꺼내 주었다. 믹서기는 칼날을 빼고 주었고 강판은 잘못 만지면 아플 수도 있다는 걸 미리 알려 주었다. 또 달팽이는 입이 강판처럼 생겨서 먹이를 갉아먹는다는 걸 설명할 때 직접 당근을 강판에 갈아보게 했다. 

우리 아이들이 문방구에서 나를 불러세운다. 그러면 이렇게 말한다.

“집에 비슷한 게 있나 찾아보자. 있으면 너희 줄게.”

경제를 생각하면 소비가 미덕일지 모르나 지구를 생각하면 절약이 미덕이다. 살림살이 중 아이들이 원하는 한 장난감으로 주다보면 절약의 지혜도 함께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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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 것에 관한 이야기" - 체험 짱짱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관심분야는 역시 무엇을 먹이느냐가 첫째이고 둘째는 어떻게 재미있게 노느냐였다. 영유아기에 재미있게 노는 것은 육체적 발달과 두뇌발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중요한 수단인 것이다. 그리고 놓이 자체가 주는 즐거움이 곧 목적이 되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그네를 많이 타 본 아이들은 진자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미끄럼틀은 빗면의 원리를 배울 때 잘 이해할 것이고 시소를 재미있게 탄 아이들은 무게중심을 찾거나 지렛대의 원리를 배울 때 이해를 잘 할 것이다. 해도 해도 지겹지 않은 모래놀이는 조형감각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으뜸 재료이다.

놀이터만이 아니고 아이들이 하는 모든 놀이는 그 안에 지식과 지혜의 원동력이 되는 씨앗을 품고 있다. 그 씨앗이 싹이 트도록 함께 놀아주는 것이 부모와 선생님의 몫이다.

작은 학교에서는 많은 놀이를 할 것이다. 아이들도 즐겁고 나도 즐거운 놀이를.

그리고 놀이를 통해 만난 아이들과 내가 아름다운 추억을 쌓아가길 바란다.


놀이의 고전 - 피부로 하는 놀이와 까꿍!  방아찧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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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6개월 쯤 되었을 때 한의원에 갔었다. 쌍둥이라 워낙 작게 태어났기 때문에 건강하게 잘 키우는 것이 최선이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한의사 선생님께서 두 권의 책을 소개해 주셨는데 하나는 아이들 키우는 데 도움이 되는 민간요법에 관한 책이고 하나는 베이비 맛사지에 관한 책이었다. 그 중 한의사 선생님께서 베이비 맛사지에 대한 책을 권하는 것이 특별하게 여겨졌다. 지금 생각하니 ‘엄마 손은 약손’의 의미가 맛사지의 원류가 아니겠나 생각된다. 내가 해성한의원 선생님을 신뢰하는 이유가 이런 데 있다. 옛날 인큐베이터가 없던 시절에  팔삭동이를 낳으면 솜이불에 묻어 두고 손으로 만지면서 키운다고 했는데, 솜이불은 체온을 유지시켜주고 만지는 것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맛사지였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나와 우리 아이들에겐 맛사지가 일종의 놀이였다.  한 6개월부터 시작한 맛사지를 언제까지 해 주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한 24개월 이상은 해 주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이들도 나도 기쁜 시간이었다.

머리 두드리기, 이마, 눈썹, 코, 귀, 뺨 만지며 이름 말해주기, 손 발 주무르며 발가락 손가락 순서대로 이름 말해주기, 손 박수 발 박수(?), 다리 잡아당겨주기, 그리고 끝으로 간지럼 태우기 한 번씩. 끝에 아이들의 건강을 빌며 이마에 뽀뽀해주기.

지금은 왜 해주지 못할까 생각하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실은 아이들이 크면 스스로 체조하는 법을 가르쳐서 아침마다 체조를 해야지 하고 계획했는데, 실천을 못하고 있다. 아침체조. 자구 노력해 봐야겠다.

놀다 놀다 다 심드렁해서 재미없어지면  딸이 방아찧기를 해 달라고 한다. 아 맞아 방아찧기. 까짓 돈드는 것 아니고 되게 힘든 것도 아닌데 해 주지 뭐.

누워서 다리를 굽히고 아이들을 발등에 앉힌 후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쿵덕 쿵덕’ 하고 노는 방아찧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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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찧기와 세트인 놀이가 있는데 바로 비행기 놀이. 누워서 양 발바닥을 아이들 배에 대고 아이들 어깨를  양손으로 잡은 후 다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비행기! 비행기!’ 하고 말해준다. 아이들은 엄마한테 잡힌 겨드랑이가 간지러워서 깔깔대고 몸을 뒤틀고 엄마는 아이를 떨어뜨릴까봐 긴장하고. 그래서 비행기가 무사 착륙을 하면 역시 따뜻하게 한 번 안아준다. 아이들도 엄마의 마음을 느낄 거다.

아이들 몸이 커지는 바람에 비행기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그런데 내가 어렸을 적 엄마 아빠가 방아 찧어준 기억도 없고 아빠의 발 비행기 타본 기억도 없는데 왜 방아찧기와 비행기 놀이를 할 때마다 내 부모님 생각이 나는 지 모르겠다. 아마도 방아찧기 놀이는 내 아이들을 통해서 또 그 다음 세대까지 이어질 것임을 예감하는 원초적 경험이 주는 메시지인 것 같다.

아이들이 10개월 째 되던 5월 아이들의 첫 어린이 날을 맞은 아빠의 선물은 볼하우스였다. 그 볼하우스는 지금까지 갖고 노는 최장수 놀잇감이다. 5살 때 공은 치우고 집만 갖고 노는데 소꿉놀이 할 때 집으로 쓰고 있다. 플라스틱으로 된 커다란 집을 사주고 싶은 욕심도 있었는데, 너무 비싸고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해서 그만 두었다. 그러나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볼하우스는 이동성도 좋고 부피도 안 차지해서 너무 좋다.

아이들이 어렸을 땐 볼하우스를 사이에 두고 까꿍놀이를 참 많이도 했었다. 엄마 아빤 지겹기까지 하지만, 까르르 까르르 넘어가는 아이들 보기가 좋아서 “마지막이다.” 하면서도 한 번 더 “까꿍!”하게 되었다.

지금도 숨바꼭질을 좋아하는데, 뻔한 곳에 숨고 뻔하게 모르는 척 하고 뻔하게 들키고 하는데도 왜 그렇게까지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어느 날 방에서 할아버지와 깔깔거리며 놀던 딸이 부엌으로 와서 웃느라고 할딱이는 숨을 고르며 하는 말.

“엄마, 난 숨바꼭질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어요 .”

일곱 살 된 아이도 그 놀이에 숨이 넘어가는 데 더 어렸을 땐 얼마나 긴장되고 흥분되는 놀이였을까. 얼마 전부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규칙에 맞게 완전히 익혔다. 술래가 못 보는 사이에 친구들이 성큼성큼 다가와 있는 긴장감. 그 긴장감을 줄기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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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낮잠이 규칙적으로 된 틈을 이용해서 <개미>와 <뇌>를 읽었다. 특히 작가가 머리를 빡빡 민 사진이 있는  뇌가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송과체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기억으로 정확한 표현인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송과체의 기능은 자극에 대한 반응을 관장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한다. 그런데 송과체의 크기가 어렸을 때는 크기가 커서 구르는 낙엽만 봐도 깔깔 거리며 웃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면 눈물 흘린다고 한다. 그러다 사춘기를 지나며 그 같은 감정 표현의 폭이 좁아지는 데 그 이유가 사춘기 이후엔 송과체 크기가 작아지기 때문이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 얘기를 읽고 나니 아이들이 왜 수 없이 반복되는 까꿍이나 짝짝꿍에 열열이 반응하는 지 이해가 되었다. 떠 우리 아들이 작은 것에도 유난히 깔깔 숨넘어가게 웃는 것을 신기해 하고 있었던 터라 송과체에 대한 설명이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우리 아들이 다는 아이들에 비해 송과체가 큰 것 같다는 추측이 나의 답이다. 송과체만 크지 말고 생각하는 뇌도 컸으면 좋겠는데......

글:최병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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